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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야기

피곤함에서의 내 선택, 나를 위한 지지대

by 토마의 사람이야기 2025. 7. 9.

 

1.  피곤함과 마주하는 새벽, 내 선택은 무엇이었는가

한 달에 한 번 있는 특별새벽기도.
새벽 5시, 휴대폰 알람 소리에 겨우 눈을 떴다. 몸은 천근만근, 이불 속에 더 머물고 싶은 유혹이 깊다. 솔직히 말하면 ‘오늘은 그냥 쉬자’는 속삭임이 계속해서 마음을 흔든다. 하지만 이런 날일수록 그 속삭임을 이겨내고 몸을 일으키는 순간이 중요하다. '이 새벽이 다시는 오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예배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 다시 피곤함이 몰려왔다. 몸이 잠을 향해 무너지듯 이끌렸고, 나는 다시 유혹을 받았다. 그러나 그 순간 문득 들었던 질문, “지금 내가 쉬려는 건, 내가 선택한 휴식일까, 아니면 피곤함에 끌려가는 걸까?”
이 질문이 나를 멈춰 세웠다. 피곤함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 사실에 내 몸과 마음이 휘둘릴 필요는 없다. 우리는 언제든 스스로의 선택으로 지금을 바꿀 수 있다. 나는 나의 주인이다. 내가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따라 오늘 하루가 달라진다. 이 새벽, 나는 피곤함을 느끼면서 눕는것 보다 움직임을 선택했다. 이 작은 선택이 오늘 하루, 내 삶 전체에 다른 색을 더하게 될 것이라 믿는다.

2.  텃밭 앞에서 멈춘 발걸음, 작은 움직임이 주는 큰 전환

대문 앞 작은 텃밭이 있다. 
며칠 전부터 방울토마토와 고추, 오이, 가지들이 중심을 못 잡고 기울어지고 있었다. 그곳을 지나갈때마다  ‘지지대를 세워줘야겠다’고 느끼면서도, 늘 “내일 하지 뭐” 하고 지나쳤다. 피곤함과 귀찮음은 언제나 변명의 좋은 친구가 된다. 하지만 오늘은 발걸음이 멈췄다.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다이소에서 사둔 지지대를 꺼내고, 하나하나 식물들을 세워주기 시작했다. 휘어진 줄기를 살피고, 벽에 세워놓은 기둥에 묶고, 쳐져서 늘여져 있는 가지들도 위로 세워서 방향을 잡아주었다.
그렇게 하다 보니 숨어 있던 열매들도 발견했다. 땅을 타고 자란 오이 줄기 아래에 어느새 커다란 열매가 자라고 있었다. 이 작고 단순한 움직임이 신기하게도 피곤함을 씻어냈다. 몸은 점점 가벼워졌고, 마음은 정돈되었다. 자연과 마주하고, 내 손으로 만지고 돌보는 행위가 생각보다 큰 회복을 주었다. 움직임은 피곤함을 이긴다.
그리고 문득 생각했다. 우리 삶도 이 텃밭처럼 조금만 돌봐주면, 충분히 다시 일어설 수 있겠다는 느낌이 들었다. 스스로를 위한 지지대 하나만 있어도, 중심을 다시 잡을 수 있다. 그 지지대는 거창하지 않아도 된다. 커피 한 잔, 한 줄 일기, 산책 한 번이 중심을 세우는 시작점이 될 수 있다. 아주 사소하지만, 나를 지지해주는 움직임이면 된다. 오늘 잠자는 것을 선택했다고 하더라도 그 움직임에 나의 지지가 있으면 그것으로 족했다. 중요한건 나의 선택과 결정이기에 그렇다. 오늘 내가 움직임을 선택했던것은 익숙한 습관으로부터 역동적인 주체적 삶으로의 방향성이었다. 이로인해 나는 나의 중심을 세웠고 나의 힘을 확인할 수 있었다. 되는대로 흘러가는 삶이 아니라 스스로의 삶을 결정하고 창조하는 삶을 살았던것이다.


3. 피곤함보다 중요한 것, 나를 위한 지지대를 세우는 연습

피곤함은 우리의 일상에서 떼어낼 수 없는 동반자다.
하지만 피곤함에 무너지는 삶의 태도는 반드시 되돌아보아야 한다. “오늘은 아무것도 하지 말자” “지금은 그냥 쉬자”라는 말이 우리 삶에서 반복될수록, 우리는 삶의 리듬을 잃고 무기력이라는 벽에 갇히게 된다. 물론, 쉼이 필요한 날은 있다. 그러나 그것이 내가 선택한 ‘의미 있는 쉼’인지,  익숙한 피곤에 쩔어 지쳐 널부러지는 것인지는 구별할 필요가 있다.
몸도 마음도, 텃밭의 식물들처럼 스스로를 지탱해줄 지지대가 필요하다. 그것은 좋은 수면 습관일 수도 있고, 따뜻한 식사일 수도 있다. 또는 사랑하는 사람과의 대화, 조용한 명상, 나를 바라보는 시간을 만드는 것일 수도 있다. 우리는 언제나 너무 늦게야 스스로를 돌아보곤 한다. 매일 매순간 스스로를 돌보는 관심과 시간을 들여야 한다.
오늘 하루,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는 선택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선택의 결과가 어떠하든 지지해줄 수 있다. 비난과 판단과 후회와 자책 이전에 전적인 지지자로 스스로에게 서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세상천지를 찾아 다니며 지지대를 구축하려고 의존할 것이다. 그 어디에도 나의 지지대는 없다. 스스로가 스스로를 지지해야 한다. 지지대 없이 무너져가는 나를 그냥 두지 말자.
지지대는 누군가가 만들어주는 것이 아니다. 내가 나에게 세워주는 것이다.
오늘도 생각을 내려놓고, 몸을 일으켜보자. 한 걸음, 한 움직임. 그것이 나를 살게 하고, 나를 이끄는 길이 된다.
그렇게, 나를 위한 지지대를 세워나가보자.

💬 오늘의 마음 메모

“피곤함이 문제가 아니야.
문제는 그 피곤함에 나를 넘기는 나의 습관이야.
오늘은 내가 나를 지지해주는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