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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

책 리뷰-<모신>어머니, 인간발달과 심리, 자율성과 양육 리뷰-<모신>어머니, 인간발달과 심리, 자율성과 양육

by 토마의 사람이야기 2025. 8.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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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신-임종렬

어머니로서의 존재 모신이라는 이름

어머니라는 존재를 단순히 한 가정의 양육자로만 보지 않고, 인간 삶의 근원적 토대이자 정신적 뿌리로 바라보는 시각이 바로 모신(母神)’의 개념이다. 저자는 아이가 세상에 태어나 가장 먼저 접하는 세계가 바로 어머니라는 점을 강조한다. 아이는 어머니의 품에서 안전함을 배우고, 어머니의 시선 속에서 자신이 사랑받는 존재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이때 어머니는 단순히 한 개인이 아니라, 아이의 정신적 세계를 짜 맞추는 근원적 힘으로 작용한다. 그래서 저자는 어머니를 모신’, 곧 신적인 의미를 지닌 존재로 표현한다.

아이의 내면에는 어머니의 모습이 심리적 표상으로 자리 잡게 된다. 이 표상은 아이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 사람을 신뢰하는 방식, 스스로를 대하는 태도에까지 깊은 영향을 미친다. 어머니가 아이에게 보내는 무조건적인 애정과 보호는 그 자체로 아이에게 세상은 안전하다는 메시지가 된다. 반대로, 어머니가 충분히 안정적 사랑을 주지 못할 경우, 아이는 불안과 결핍을 내면에 새기게 된다. 이처럼 어머니의 역할은 단순한 양육을 넘어, 한 인간의 정체성과 정신 구조를 결정짓는 핵심적 토대라 할 수 있다.

저자는 또한 어머니를 신격화하는 것이 단순한 찬양이 아님을 짚어낸다. 그것은 인간 존재가 성장해 가는 데 있어 어머니가 절대적으로 중요한 기능을 수행한다는 사실을 강조하기 위한 표현이다. 아이의 초기 발달 단계는 아직 자아와 외부 세계가 명확히 구분되지 않는다. 이 시기에 어머니는 곧 세계 자체이며, 동시에 자신을 비추는 거울이다. 어머니의 따뜻한 목소리, 품에서 느껴지는 체온, 젖을 물릴 때의 안정감 등이 아이에게는 생명과 직결된 경험이다. 이런 경험들이 쌓여 아이의 무의식에 세상은 나를 품어주는 곳이라는 기본 신뢰를 형성한다.

따라서 어머니를 모신으로 부르는 것은 인간 발달에서 그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역할을 드러내는 표현이다. 아버지나 다른 양육자 역시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아이가 가장 처음 만나는 세계는 언제나 어머니의 품이다. 어머니라는 존재가 아이에게 신적인 의미를 갖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아이는 어머니를 통해 인간관계의 기초를 배우고, 세상과 연결되는 첫걸음을 내딛는다. 저자는 이 점을 바탕으로, 모든 양육의 출발점은 결국 어머니와의 관계라는 사실을 강조한다.

인간 발달과 심리적 기제

저자는 아이의 발달 과정을 단순히 생물학적 성장으로 보지 않고, 심리적 세계가 어떻게 확장되고 깊어지는가에 주목한다. 그는 아이가 세상에 태어날 때부터 이미 독립된 존재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어머니와의 관계 안에서 자신을 형성해 간다고 말한다. 초기의 아기는 모든 것을 자기 중심적으로 경험한다. 그래서 저자는 모든 아이는 자폐아로 태어난다는 도발적 표현을 쓴다. 이는 병리적 의미가 아니라, 세상과의 분리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를 비유적으로 설명한 것이다. 아기는 처음에는 자신과 어머니를 하나로 느끼며, 점차 그 경계가 분명해지면서 독립적인 자아를 형성해 간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심리적 표상이다. 어머니의 모습, 목소리, 태도, 심지어는 어머니의 감정 상태까지도 아이의 내면에 심리적 흔적으로 새겨진다. 이러한 표상은 단순한 기억이 아니라, 세상과 관계 맺는 방식의 틀이 된다. 예를 들어, 어머니가 안정적이고 따뜻한 태도를 보일 때 아이는 세상을 신뢰할 수 있는 곳으로 받아들인다. 반대로, 어머니가 불안정하고 일관성 없는 반응을 보일 경우, 아이는 세상에 대한 불안을 내면화한다.

저자는 이를 환상의 공유영역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한다. 어머니와 아이가 함께 만들어가는 이 심리적 공간은 현실과 환상의 경계에 존재한다. 아이는 이 공간 안에서 어머니를 신뢰하며 자기 감정을 표현하는 법을 배우고, 동시에 타인의 마음을 이해하는 기초를 다진다. 만약 이 영역이 건강하게 형성되지 못한다면, 아이는 타인과의 관계에서 어려움을 겪거나 내면의 갈등을 평생 안고 살아갈 수 있다.

또한, 저자는 발달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다양한 심리적 어려움에도 주목한다. 거식증, 중독, 우울과 같은 문제들은 단순한 개인적 문제가 아니라, 초기 발달 단계에서의 결핍이나 왜곡된 경험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아이가 충분한 사랑과 인정, 그리고 자율성을 경험하지 못한다면, 성인이 되어도 내면의 공허감을 채우기 위해 다양한 방식으로 보상하려는 경향을 보이게 된다. 따라서 발달의 핵심은 결국 관계 속에서 충분히 사랑받고 존중받는 경험을 하는 데 있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이처럼 저자는 인간 발달을 심리적 기제와 연결해 풀어낸다. 아이는 혼자 자라는 것이 아니라, 어머니와의 관계 속에서, 그리고 환상과 현실이 교차하는 심리적 공간 안에서 점차 자신을 세워간다. 발달은 곧 관계의 역사이며, 그 안에서 건강한 자아가 태어난다는 것이 그의 핵심 메시지다.

자율성과 양육 전략

저자는 아이의 발달에서 자율성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반복해서 강조한다. 아이는 어머니의 품에서 보호받으며 자라지만, 동시에 세상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스스로 선택하고 행동할 수 있는 힘을 길러야 한다. 문제는 부모가 이 자율성을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아이의 성장 방향이 크게 달라진다는 점이다. 저자는 부모가 아이의 자율성을 무조건 허용하는 것도, 지나치게 억압하는 것도 모두 위험하다고 말한다. 중요한 것은 울타리를 세워 주되, 그 안에서 아이가 자유롭게 탐색하고 실수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균형이다.

자율성의 허용과 능력의 울타리라는 개념은 바로 이 균형을 표현한다. 부모는 아이가 안전하게 시도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해야 한다. 예를 들어, 스스로 밥을 먹게 할 때 어지럽히더라도 끝까지 참아주거나, 친구와 갈등을 겪을 때 부모가 대신 해결해 주지 않고 아이가 직접 조율해 보도록 기다려주는 것이 이에 해당한다. 이런 경험들이 쌓일 때 아이는 나는 스스로 해낼 수 있다는 자기효능감을 갖게 된다. 반대로 부모가 지나치게 간섭하거나 통제하면 아이는 의존적인 태도를 익히거나, 반대로 극단적으로 반항하며 자율성을 왜곡된 방식으로 추구하게 된다.

저자는 또한 현실적인 양육 문제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사례를 제시한다. 거식증이나 중독, 반항적 행동 등은 단순한 버릇이 아니라 자율성이 건강하게 발휘되지 못한 결과라고 설명한다. 예컨대, 거식증은 자신의 몸을 통제함으로써 억압된 자율성을 확인하려는 왜곡된 방식일 수 있다. 따라서 부모는 문제 행동 자체만을 교정하려 하지 말고, 그 뒤에 숨겨진 자율성의 요구를 읽어내야 한다. 결국 아이가 원하는 것은 자유로운 선택의 경험이며, 부모의 역할은 그것을 건강한 방향으로 이끌어 주는 것이다.

더 나아가, 저자는 대상중심 가족치료의 실제 상담 사례를 통해 이론이 실제로 어떻게 적용되는지를 보여준다. 가족이 함께 대화하고 서로의 욕구를 이해하는 과정을 통해 아이의 문제 행동이 완화되는 장면은, 자율성이 단순히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관계의 문제임을 드러낸다. 아이의 자율성이 존중받을 때, 부모 역시 자기 방식의 양육에서 벗어나 새로운 관점을 얻게 되고, 가족 전체가 함께 성장한다.

결국 자율성은 아이의 건강한 성장을 위한 필수 조건이다. 그러나 그 자율성은 방임 속에서가 아니라, 부모의 따뜻한 울타리와 일관된 사랑 속에서 자라난다. 저자가 강조하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부모는 아이를 대신 살아주는 사람이 아니라, 아이가 스스로 살아갈 수 있도록 길을 내어주는 조력자다. 아이가 넘어지고 다시 일어서는 과정을 지켜보며 응원하는 것이, 진정한 양육의 자세임을 책은 일깨워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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