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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

책 리뷰-<불안>불안의 본질, 불안의 원인, 불안극복

by 토마의 사람이야기 2025. 8.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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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알랭드보통

불안의 본질 ― 인정받고 싶은 욕망

인간이 느끼는 불안의 본질은 단순히 생존에서 비롯된 문제가 아니다. 원시 시대에는 배고픔과 추위, 외부의 위협이 가장 큰 두려움이었지만, 현대 사회에서 우리의 불안은 훨씬 더 복잡하고 내적이고 정교한 형태로 나타난다. 바로 타인에게 인정받고 싶은 욕망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우리는 너무나 본능적으로 자신이 사회 속에서 어떤 위치에 있는지,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 나를 어떻게 평가하는지에 대해 민감하다. 단순히 먹고 살 수 있는가가 아니라, “나는 존중받는 존재인가?”, “내가 이룬 성취가 남들에게도 가치 있다고 인정받을 수 있는가?”가 마음의 비중을 결정한다.

알랭 드 보통은 이러한 현상을 지위 불안(Status Anxiety)’이라고 부른다. 우리는 끊임없이 다른 사람과 비교한다. 친구가 더 좋은 집을 사고, 직장에서 동료가 더 높은 자리에 오르고, 사회가 정한 기준에 부합하는 성공을 이룰 때, 상대적 박탈감이 생긴다. 이는 단순히 부러움에서 끝나지 않고, “나는 뒤처진 것은 아닐까?”, “나는 가치 없는 사람이 아닐까?”라는 자기 존재에 대한 의문으로 번진다. 이런 생각이 반복될수록 마음은 불안으로 가득 찬다.

나 역시도 이러한 비교로부터 삶의 용기를 잃은적이 많이 있다. 비교를 하는 마음이 있는한 시도를 할 에너지는 스스로에게서 뿜어나올 수가 없는것이다.

더 큰 문제는 사회가 끊임없이 성공의 기준을 강화한다는 점이다. 현대 사회에서 성공은 종종 돈, 명예, 직업적 성취 같은 외적 요소로만 평가된다. 따라서 평범하게 살아가는 다수의 사람들은 언제나 부족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 남과의 비교 속에서 스스로의 삶을 폄하하고, 자기 가치를 낮게 평가하며, 끝없는 경쟁에 스스로를 몰아넣는다. 결국 불안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구조 속에서 필연적으로 생겨나는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곧 너와 나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구조적인 문제라는 것이다.

그러나 인정받고 싶은 욕망은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타인의 인정을 원하기 때문에 우리는 더 나은 삶을 추구하고, 발전을 향해 나아가기도 한다. 하지만 그 욕망이 과도해져서 자존심과 자기 존재의 가치를 전적으로 타인의 시선에 의존할 때, 불안은 극도로 커진다. 왜냐하면 타인의 시선은 변화할 뿐만 아니라 그것을 주목하고 살펴야 하는 내적 갈등 또한 크기 때문이다. 문제는 인정받고 싶은 마음 자체가 아니라, 그것이 내 삶의 중심축이 되어버린 상태이다. 우리가 불안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먼저 이 본질을 이해해야 한다. 내 안의 불안은 결국 사랑받고 싶은 마음”, “존중받고 싶은 갈망의 다른 얼굴이라는 사실을 깨닫는 것이 출발점이다.

 

불안을 키우는 다섯 가지 원인

알랭 드 보통은 우리가 느끼는 불안이 단순히 개인의 성격적 문제나 일시적인 감정이 아니라, 사회와 인간 존재가 지닌 본질적인 조건에서 비롯된다고 말한다. 그는 특히 현대인의 불안을 키우는 다섯 가지 원인을 제시한다. 이를 이해하는 것이 불안을 극복하는 첫걸음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첫째는 사랑의 결핍이다. 인간은 너나 할것없이 누구나 사랑받고 싶어 한다. 하지만 현대 사회는 개인주의와 경쟁이 강화되면서, 서로의 존재를 온전히 인정하고 지지하는 관계가 점점 줄어들게 되었다. 어린 시절 부모의 인정과 사랑이 부족했거나, 성인이 된 후에도 사회적 관계 속에서 충분한 애정과 존중을 경험하지 못한 사람은 스스로의 가치를 의심하게 된다. 뿐만아니라 이는 만성적인 불안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둘째는 지혜의 부족이다. 지혜란 단순한 지식이 아니라, 스스로의 삶을 이해하고 그 이해한 삶을 바탕으로 스스로의 방향을 잡는 능력을 의미한다. 그러나 현대인은 끊임없이 바쁘고, 외부 기준에 맞추느라 자기 내면의 목소리를 들을 여유와 시간이 부족하다. 결국 나는 누구인가?”, “내가 진정 원하는 삶은 무엇인가?”라는 중요한 질문을 놓치고 산다. 그렇게 무방비로 흘러가다보면 사회가 요구하는 목표를 그대로 따라가게 된다. 그 과정을 가다보면 자신이 선택한 길에 대한 확신이 부족해지면서 동시에 불안은 더욱 커져간다.

셋째는 기대의 상승이다. 과거에는 신분이나 계급에 따라 삶의 성공 가능성이 일정 부분 정해져 있었다. 하지만 현대 사회는 누구나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기회의 평등을 내세운다. 이 믿음은 긍정적인 동기를 주기도 하지만, 동시에 노력하면 다 이룰 수 있다는 압박을 만들어내고 그만큼 성공을 하지 못할 경우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된다. 성공의 문이 열려 있다고 믿을수록, 그 문을 통과하지 못한 자신은 더 큰 실패자로 보기 때문이다. 사회 전체가 높은 기준을 세우는 만큼, 우리는 항상 스스로를 부족하다고 느낄 수 밖에 없다.

넷째는 자격지심이다. 사람은 본능적으로 남과 비교한다. 나보다 잘난 사람을 볼 때, 단순히 부러움에 그치지 않고 나는 왜 저만큼 못할까?”라는 열등감이 불안을 자극한다. 문제는 이 비교가 끝이 없다는 것이다. 내가 어떤 성취를 이루어도 언제나 나보다 더 앞서가는 사람이 있기 마련이다. 끊임없는 비교 속에서 우리는 만족을 경험하지 못하고, 늘 뒤처진 느낌 속에 살게 된다. 비교의 기준도 결국 상대적인 것인데 마치 절대사실인것처럼 그 기준으로 자신의 존재가치를 평가하게 되는것이 어마어마한 왜곡의 현상이다.

마지막 다섯째는 죽음의 그림자이다. 인간은 언젠가 죽음을 맞이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현대 사회는 죽음에 대해 진지하게 사유하기보다는, 이를 피하고 외면하는 문화가 강하다. 그러다 보니 삶의 유한성은 무의식적인 불안으로 자리 잡는다. 시간이 제한되어 있다는 사실은 우리를 조급하게 만들고, “더 많은 성취를 이루지 못하면 안 된다는 강박으로 이어진다. 죽음을 통해 오히려 삶의 소중함을 느껴가야 할 시간과 여유를 주지 않을 뿐 아니라 그런 문화도 형성되어 있지 않는것이 문제다.

이 다섯 가지 원인은 서로 연결되어 우리 안에 끊임없는 불안을 만들어낸다. 사랑받고 싶은 마음, 자기 길을 잃은 혼란, 끊임없이 높아지는 기대, 비교 속의 열등감, 그리고 죽음이라는 한계. 결국 현대인의 불안은 단순히 개인의 마음속 문제를 넘어, 사회적 구조와 인간 존재 자체가 지닌 불가피한 조건에서 비롯된 것이라 할 수 있다.

 

불안을 극복하는 길 ― 새로운 시선과 태도

알랭 드 보통은 불안을 단순히 제거하거나 억누르려는 태도는 효과적이지 않다고 말한다. 아니 그렇게 해서는 불안을 없앤다는것은 불가능하다. 불안은 인간 존재의 일부이자, 사회 구조 속에서 끊임없이 자극되는 자연스러운 감정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불안을 회피하고 없애려는 노력보다는 불안을 바라보는 시각을 바꾸고 다른 방식으로 다루는 것이 필요하다. 그는 불안을 극복하는 길을 철학, 예술, 정치·종교, 그리고 개인의 태도 속에서 찾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첫째, 철학과 사유의 힘이다. 철학은 우리가 왜 불안한지, 무엇을 진정한 가치로 삼아야 하는지를 다시 질문하게 한다. 사회가 정한 성공이라는 기준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대신, “성공이란 나에게 무엇을 의미하는가?”라는 근본적인 물음을 던질 때, 우리는 불필요한 경쟁에서 벗어날 수 있다. 예를 들어, 철학자 소크라테스는 검토되지 않은 삶은 살 가치가 없다고 했는데, 이는 결국 타인의 기준이 아니라 자기 성찰을 통해 삶의 의미를 찾아야 한다는 말이다. 철학적 사유는 불안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게 하고, 우리를 조금 더 자유롭게 한다. 나아가 사람의 존재가치를 조건과 이유가 아닌 있는 그대로의 생명으로 바라보는 인식은 매우 중요하다고 느껴진다. 왜냐하면 사람은 그대로 가치 자체이기 때문이다.

둘째, 예술의 역할이다. 예술은 불안을 해소하는 또 다른 강력한 수단이다. 문학, 음악, 미술 등은 우리가 느끼는 불안을 직접적으로 다루기도 하고, 때로는 그것을 위로하는 역할을 한다. 예술 작품 속에서 우리는 자신과 비슷한 고통과 불안을 경험한 사람들을 발견한다. “나만 힘든 것이 아니구나라는 공감과 위로는 불안을 견디는 힘을 준다. 또한 예술은 사회가 강요하는 성공과 실패의 기준을 상대화한다. 어떤 시인은 가난했지만, 그 작품은 세기를 넘어 존중받는다. 예술은 이렇게 다른 삶의 가능성을 보여주며, 불안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셋째, 정치와 종교의 역할이다. 사회 구조는 개인의 불안에 큰 영향을 미친다. 정치가 공정한 제도를 만들고,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며, 지나친 경쟁을 완화한다면 불안은 줄어든다. 또한 종교는 인간 존재의 근본적인 불안을 다룬다. 죽음, 의미, 불확실성 같은 문제 앞에서 종교는 인간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현실을 위로하고, 초월적인 시각을 제공한다. 물론 종교적 신념을 반드시 가져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다만 종교가 보여주는 초월적 관점은 우리에게 삶은 단순히 성공과 실패의 나열이 아니다라는 깊은 메시지를 전한다. 그러므로 과정이 소중해지고 결과중심이 아닌 매순간의 소중함에 관심을 기울일 수 있게 한다.

마지막으로, 개인의 태도 변화가 필요하다. 우리는 불안을 무조건 없애야 할 적으로 보지 말고, 그것을 자기 이해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불안은 사실 나는 더 의미 있는 삶을 살고 싶다는 욕구의 다른 표현이기도 하다. 따라서 불안에 휩싸일 때, 그 감정을 억누르기보다는 내가 진정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를 묻는 계기로 삼을 수 있다. 또한 불안을 줄이려면 비교에서 벗어나야 한다. 남과 나를 끊임없이 견주는 대신, 나만의 기준과 가치를 세우고 그 기준에 충실하게 살아가는 태도가 필요하다. 사회가 제시한 잣대 대신, 스스로 정의한 삶의 의미에 집중할 때 우리는 더 자유롭고 담대해질 수 있다.

결국 불안은 불안을 없애려 하기보다, 그것을 이해하고 새로운 시각으로 마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철학은 우리에게 질문을 던지고, 예술은 위로와 공감을 주며, 정치와 종교는 사회적 기반을 마련하고, 개인의 태도 변화는 내적 자유를 가능하게 한다. 불안은 인간 존재의 숙명이지만, 그 불안을 대하는 태도를 바꿀 때 삶은 한층 더 깊고 의미 있게 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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