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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죽음, 정신병원에서의 만남, 삶

by 토마의 사람이야기 2025. 8. 16.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파울로 코엘료

죽음을 선택한 젊은 여성

베로니카는 스물네 살의 젊은 여성이다. 겉으로 보기에 그녀의 삶은 아무런 결핍이 없어 보인다. 그녀는 안정된 직업을 가지고 있으며, 건강하고 매력적인 외모를 지니고 있다. 주변에는 그녀를 부러워하는 사람들이 많고, 삶의 여건도 크게 부족한 것이 없다. 그러나 그녀의 내면은 다르다. 그녀는 매일 아침 눈을 뜰 때마다 이유 없는 허전함을 느낀다. 무엇을 해도 마음속 공허가 채워지지 않고,

시간이 흘러도 삶은 단조로운 반복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그녀를 지배한다. 그 결과 그녀는 자신이 살아야 할 이유를 찾을 수 없다고 결론짓는다. 어느 날 그녀는 조용히 죽음을 결심한다. 삶이 더 이상 의미를 주지 않는다면, 죽음이 오히려 해방일 것이라고 믿는다. 그녀는 수면제를 모아놓고 그것을 한꺼번에 삼키며 세상과의 작별을 준비한다. 그러나 삶은 그렇게 쉽게 그녀를 놓아주지 않는다. 자살 시도는 실패로 끝나고, 그녀는 정신병원에서 눈을 뜨게 된다. 눈을 떴을 때 그녀가 처음 마주한 것은 살아남았다는 안도감이

아니라, 더 큰 절망이었다. 죽고자 했던 자신이 여전히 살아 있다는 사실이 견디기 힘들었다.

의사는 그녀에게 심장이 심각하게 손상되었으며, 앞으로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말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소식은 그녀에게 또 다른 충격을 가져다준다. 그녀는 자살을 결심했을 때보다 더 깊이 죽음을 의식하게 되었고, 동시에 남은 시간이 한정적이라는

사실이 새로운 시각을 열어준다. 삶이 영원히 지속되는 것이 아니라, 언제 끝날지 모르는 유한한 선물이라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이제 그녀는 매 순간을 다르게 바라본다. 이전에는 무의미하고 따분하다고 생각했던 일상들이 이제는 새로운 빛깔을 띠기 시작한다. 길을 걷는 감각, 햇살이 비치는 창밖의 풍경, 피아노 건반을 두드릴 때의 울림 같은 사소한 것들이 특별하게 다가온다.

죽음을 결심한 후 맞이한 삶은 역설적으로 더 생생하고 강렬하게 다가온다.

베로니카의 이야기는 여기서 한 가지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그녀가 진정으로 원했던 것은 죽음이었을까, 아니면 삶을 진짜로

느끼게 해 줄 이유였을까. 죽음을 선택한 젊은 여성의 첫 걸음은 사실, 삶의 의미를 다시 찾는 여정의 시작이었음을 보여준다.

 

정신병원에서의 만남과 깨달음

정신병원은 베로니카에게 낯설고 두려운 공간이었다. 그녀는 자신이 원치 않게 살아남았다는 사실만으로도 괴로웠고, 여기에 더해 '정신병자'라는 낙인처럼 느껴지는 공간에 던져진 것이 더욱 고통스러웠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병원은 단순한 수용소가 아니라, 사회와는 다른 규칙이 작동하는 또 하나의 세계임을 깨닫게 된다. 그곳에는 각자의 방식으로 상처받고 살아온 사람들이 모여

있었고, 그들의 이야기는 베로니카에게 새로운 시선을 열어주었다.

사회는 환자들을 ‘비정상’이라 부르지만, 베로니카가 가까이에서 만난 그들은 오히려 자유로웠다. 사회가 요구하는 가식과 규범에서 벗어나 자기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냈고, 기쁨이든 분노든 숨기지 않고 표현했다. 베로니카는 그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자신이 얼마나 오랫동안 감정을 억누르며 살아왔는지 알게 된다. 웃고 싶을 때도 체면을 생각하며 억눌렀고, 울고 싶을 때도 남들의 시선을 의식해 참았던 자신을 돌아본다. 정신병원은 오히려 그녀가 다시 감정을 배우는 학교가 된다.

특히 병원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대화는 그녀의 내면을 흔들었다. 어떤 이는 사회적 지위와 재산을 모두 가졌음에도 견디지 못해

이곳에 왔고, 또 다른 이는 가족과 사회의 기대에 짓눌려 결국 자기 자신을 잃은 채 이곳에서 살아가고 있었다. 베로니카는 그들의

삶 속에서 자신을 비춰본다. 겉으로는 멀쩡해 보였지만, 사실 자신도 그들과 다르지 않았음을 깨닫는다. 그녀 역시 세상이 정해놓은 '정상'의 틀에 맞추어 살아가며 자기 자신을 잃어버린 채 허무 속에 빠져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한다.

죽음이 가까워졌다는 의사의 진단은 그녀를 더 절망하게 만들기보다 오히려 매 순간을 새롭게 느끼도록 만들었다. 그녀는 병원에서 피아노를 연주하며 다시금 음악의 떨림을 느끼고, 환자들과 나누는 웃음 속에서 오래 잊었던 생의 따뜻함을 경험한다. 남은 시간이 짧다는 사실은 그녀를 움츠리게 하지 않고, 오히려 지금 이 순간을 더 강렬하게 살아내도록 이끈다. 베로니카는 자신 안에 여전히

살아 있는 열망을 발견한다. 사랑하고 싶고, 울고 싶고, 웃고 싶다는 단순한 진실이 그녀 안에서 깨어난다.

정신병원은 결국 베로니카에게 새로운 깨달음을 준다.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는 모호하며, 오히려 사회가 ‘정상’이라고 부르는 삶이 더 억압적일 수 있다는 사실이다. 그녀는 병원 안에서 인간으로서 더 진실한 자신을 만난다. 감정을 억누르지 않고, 순간을 숨김없이 살아내는 것이야말로 진짜 자유라는 사실을 배운다. 이 깨달음은 그녀의 남은 시간을 완전히 다른 빛깔로 바꾸어 놓는다.

삶을 다시 선택하다

정신병원에서의 시간은 베로니카를 완전히 바꾸어 놓는다. 죽음을 결심했던 순간의 그녀는 삶에 어떤 의미도 발견하지 못한 채

허무에 사로잡혀 있었다. 그러나 남은 시간이 짧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이후 그녀는 오히려 삶을 갈망하기 시작한다. 의사는 심장이

약해져 오래 살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지만, 그 유한성은 역설적으로 그녀에게 새로운 힘이 된다. 무한히 주어진다고 생각했을 때는 가볍게 흘려보내던 순간이, 이제는 소중하고 빛나는 시간으로 다가온다.

베로니카는 더 이상 사회가 요구하는 모습으로 자신을 꾸미지 않는다. 병원 안에서 그녀는 마음이 움직이는 대로 행동한다.

피아노 앞에 앉아 건반을 두드리며 흐르는 선율에 눈물을 흘리기도 하고, 때로는 소리 내어 웃으며 환자들과 감정을 나눈다.

이 모든 순간은 그녀가 진짜로 살아 있음을 증명한다. 감정을 억누르지 않고 드러낼 때, 그녀는 오히려 자유로워진다. 이전까지는

정상으로 보이기 위해 감정을 감췄고, 타인의 기대에 맞추어 살아야 한다고 믿었다. 그러나 지금은 자신의 욕망과 감정을 솔직히

마주하며, 그 안에서 생명의 기쁨을 찾는다.

그녀는 사랑을 통해 더욱 강렬하게 변한다. 병원에서 만난 사람과의 관계는 베로니카에게 새로운 희망을 준다. 사랑은 그녀를

속박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살아야 할 이유가 되어 준다. 죽음을 준비하던 그녀가 이제는 사랑을 통해 삶을 붙잡으려는 자신을

발견한다. 사랑은 그녀에게 가장 큰 깨달음을 안겨준다. 인생은 사랑하는 순간에만 비로소 진짜가 된다는 것이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베로니카는 자신이 미처 알지 못했던 삶의 본질을 배우게 된다. 삶의 가치는 얼마나 오래 사느냐에 있지 않고,

얼마나 충만하게 살아내느냐에 달려 있다는 사실이다. 그녀는 하루를 살더라도 온전히 자신답게 살아내고자 다짐한다.

죽음을 두려워했던 사람이 이제는 삶을 두려워하지 않고 껴안게 된다. 이것이야말로 그녀가 병원에서 얻은 가장 큰 선물이다.

결국 베로니카는 죽음을 결심했던 자리에서 다시 삶을 선택한다. 그녀는 더 이상 허무와 공허 속에 머무르지 않고, 자신의 내면에서 솟아나는 생명의 힘을 붙잡는다.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의 마지막은 단순한 생존의 이야기가 아니라, 존재의 의미를 새롭게 발견하는 순간이다. 코엘료는 그녀의 목소리를 통해 독자에게 묻는다. 지금 당신은 삶을 선택하고 있는가, 그리고 당신의 하루는

진정 충만하게 살아지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