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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

책 리뷰-<승자는 혼자다>성공과 욕망, 사랑과 집착, 현대사회의 가치

by 토마의 사람이야기 2025. 8.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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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자는 혼자다-파울로 코엘료

성공과 욕망의 허상

파울로 코엘료의 승자는 혼자다는 화려한 칸 영화제를 배경으로 인간의 욕망과 성공의 이면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책을 읽으면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겉으로 보기에 모든 것을 다 가진 듯한 사람들이 사실은 누구보다 불안하고 외로운 존재라는 점이었다. 감독, 배우, 모델, 패션 디자이너, 그리고 돈과 권력을 움켜쥔 사업가들까지, 그들의 삶은 눈부시게 빛나지만 가까이서 보면 마치 허공 위에 세워진 모래성 같았다.

읽다 보면 나도 모르게 지금 내가 쫓고 있는 성공이 정말로 내 인생에서 본질적인 의미를 가지는 것인지 되묻게 된다. 돈과 명예, 인기를 얻는다고 해서 과연 행복할까? 이고르를 비롯한 인물들은 모두 자신의 욕망을 위해 치열하게 달려가지만, 정작 그 끝에는 만족이나 평화가 없다. 오히려 더 큰 불안과 공허가 그 자리를 채운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성공은 언제나 상대적이다라는 메시지였다. 영화제에 모인 사람들은 자신을 빛나게 만드는 스포트라이트에 취해 있지만, 동시에 옆 사람보다 조금이라도 뒤처질까 봐 두려움에 떨고 있다. 그 두려움 때문에 더 큰 부를 원하고, 더 큰 명예를 갈망하며, 끝내는 스스로를 소모시켜 버린다. 이 모습은 오늘날 우리 사회의 단면과도 겹쳐 보인다. 회사에서 승진을 위해, 혹은 남들보다 더 좋은 차, 더 좋은 집을 갖기 위해 쉼 없이 달려가는 우리 모습 말이다.

책을 읽으면서 나는 문득 내가 목표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진짜 나의 꿈인지, 아니면 사회가 만들어 놓은 기준을 무심코 따라가는 것인지 혼란스러웠다. 코엘료는 성공의 허상을 드러내면서 우리에게 아주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당신이 진짜 원하는 삶은 무엇인가?”

승자는 혼자다는 성공을 부정하는 책이 아니다. 오히려 진정한 성공이란 외부의 인정이나 화려한 결과물이 아니라,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삶, 나 자신과 화해할 수 있는 삶임을 말해준다. 결국 이 작품은 우리가 욕망이라는 끝없는 사다리를 오르다가 잃어버리기 쉬운, 가장 본질적인 행복을 다시 돌아보게 만드는 거울 같은 책이었다.

 

사랑과 집착의 위험성

승자는 혼자다에서 가장 강렬하게 다가온 인물은 바로 억만장자 사업가 이고르였다. 그는 전처를 되찾기 위해 칸 영화제를 찾아오지만, 그의 마음은 단순한 사랑이 아니라 병적인 집착에 가까웠다. 책을 읽으면서 처음에는 그의 행동을 이해하려고 했다. 사랑하는 사람을 놓친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 공허함과 상실감을 알 수 있으니까.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그의 사랑이 진정한 사랑이 아님을 깨닫게 된다. 그는 전처의 행복보다는 자신의 욕망과 소유욕을 앞세웠고, 결국 세상을 파괴해서라도 그녀를 되찾겠다라는 극단적인 생각에 사로잡힌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나는 사랑집착의 경계가 얼마나 위험할 수 있는지 절실하게 느꼈다. 흔히 우리는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상대방을 붙잡고, 통제하려 하고, 심지어 희생을 강요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것은 사랑이 아니라 자기 욕심일 뿐이다. 이고르가 보여주는 모습은 바로 그 극단적인 예다. 그는 사랑을 내세우지만, 결국 상대방의 자유를 빼앗고 파괴적인 선택을 한다.

읽으면서 떠오른 생각 중 하나는, 사랑이란 상대방을 소유하려는 마음이 아니라, 오히려 그 사람이 자유롭게 살아갈 수 있도록 지켜보는 힘이라는 점이다. 진정한 사랑은 집착과는 정반대의 모습이다. 나조차도 과거의 어떤 관계 속에서, 상대를 너무 사랑한다는 이유로 자꾸만 간섭하고 통제하려 했던 적이 있다. 그때는 몰랐지만, 결국 그것이 상대에게는 짐이 되고, 관계를 무너뜨리는 원인이 되었다는 것을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깨달았다. 이 책은 그런 내 경험을 되돌아보게 하는 거울이 되었다.

코엘료는 이고르를 통해 강렬한 메시지를 던진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집착은 결국 파괴로 이어진다는 것. 사랑이 진짜 사랑이 되려면, 상대의 행복을 우선할 수 있어야 하고, 상대가 나와 함께하지 않아도 그 사람의 삶을 존중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 결국 이 책은 사랑한다면 어떻게 사랑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우리에게 남긴다.

승자는 혼자다를 덮으면서 나는 마음 깊이 다짐하게 되었다. 내가 누군가를 사랑하게 된다면, 절대로 소유하려 하지 말아야겠다고. 진정한 사랑은 상대를 내 곁에 묶어 두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자유롭게 날아갈 수 있도록 날개를 달아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현대 사회의 가치와 인간성 상실

승자는 혼자다는 단순히 한 남자의 집착과 범죄를 다루는 스릴러 소설이 아니다. 책을 읽으면서 가장 깊게 다가온 메시지는 바로 현대 사회가 점점 인간성을 잃어가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배경이 되는 칸 영화제는 세계의 유명 인사들이 모여서 부와 명예를 과시하는 장이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사람들은 모두 불안에 휩싸여 있다. 모두가 주인공처럼 보이길 원하지만, 사실은 남들에게 잊히지 않을까, 가치 없는 존재로 평가받지는 않을까 끊임없이 두려워한다.

읽다 보면 등장인물들이 서로를 사람으로 보지 않고, 마치 거래 가능한 상품처럼 대하는 장면이 자주 나온다. 배우는 감독에게, 모델은 디자이너에게, 심지어 연인조차 서로의 사회적 위치를 계산하면서 관계를 맺는다. 진정한 인간적 연결은 점점 사라지고, 대신 이미지와 지위가 그 자리를 차지한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나 역시 지금 살아가는 세상을 떠올리게 되었다. SNS 속에서 더 많은 좋아요를 받기 위해, 또는 남들보다 화려해 보이기 위해 애쓰는 모습들이 칸 영화제의 인물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코엘료는 이를 수퍼클래스(superclass)”라는 개념으로 표현한다. 세상에는 극소수의 성공한 사람들이 존재하며, 그들이 사회의 기준을 만들어내고, 나머지 사람들은 그 틀에 맞추어 살기 위해 발버둥친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작 그 수퍼클래스안에 있는 사람들조차 진정한 행복을 누리지 못한다. 모두가 성공을 좇지만, 결국 인간다운 따뜻함과 내면의 평화를 잃어버리는 것이다.

나는 이 메시지가 굉장히 불편하면서도 현실적이라고 느꼈다. 우리 사회에서도 성공의 기준은 대체로 돈, 명예, 권력 같은 외적인 요소들이다. 하지만 그런 기준에 맞추다 보면 정작 중요한 가치사람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마음, 인간으로서의 존중, 스스로에 대한 만족은 쉽게 잊히고 만다. 승자는 혼자다는 바로 그 부분을 날카롭게 꼬집는다.

책을 덮고 나서 나는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졌다. “나는 어떤 가치를 따라 살고 있는가?” 나도 모르게 남들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것들에 매달리며 정작 내가 원하는 삶은 뒤로 미루고 있지는 않은가? 코엘료의 글은 단순히 소설 속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 내 삶을 점검하게 하는 거울이 되었다.

결국 이 책이 말하는 건 분명하다. 현대 사회의 화려한 성공과 경쟁 속에서 우리가 잃어버린 것은 인간성이다. 그리고 그것을 되찾는 길은 남과 비교하거나 끝없는 욕망을 좇는 것이 아니라, 내 안의 진짜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인간으로서 가장 본질적인 가치들을 붙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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